[삶의 뜨락에서] 인간의 숨결, 온기 3
이런 배경 아래 새롭게 유대교가 주목받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대교의 근본 전통을 이루는 율법보다는 복음의 구원에 이르는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교가 주목을 받게 된다. 그 당시 사람들은 혼란한 시기에 자신들을 구원해 줄 절대적인 힘을 갈구하고 있었고 예수 그리스도가 이스라엘 민족만을 위한 구원자가 아니라 모든 인간을 위한 구원자임을 선포한다. 밀라노 칙령이 공포된 313년 기독교가 로마제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승인된다. 그 핵심은 인간의 존엄과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이상적인 출발이었으나 교황을 중심으로 한 계급적 제도가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어 다시 천년의 세월을 기다려야만 했다. 고대사회 때부터 길들여진 계급적 사고는 당시 사람들의 의식에 깊이 자리 잡은 상태였다. 기독교에 의해 심어진 평등 의식이 현실 세계에서 실현되려면 사회 환경이 변화될 필요가 있었고 평등한 개인의 존엄에 대한 의식이 더욱 숙성되어야만 했다. 의식이 숙성되기 위해서는 씨앗이 필요하고 이 씨앗은 기독교에 의해 뿌려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대정신 즉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의지에 의하면 우리의 삶은 다양한 욕망과 이성 사이의 갈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세 암흑기에서 기독교의 잠재력이 향상된다. 평등과 내면세계의 확장으로 존엄한 인간을 위한 전환기를 맞는다. 중세 후반기에 비로소 성장하는 평등의 정신, 즉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기획하고 성취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성장해 간다. 다른 이들도 나처럼 자율적으로 삶을 꾸려나갈 권리가 있으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다. 개인의 탄생과 더불어 온전하고 자유로운 삶의 발견이 가능하며 개인의 이상과 꿈이 존중받는 방식으로 삶을 영위할 권리가 함께할 때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으며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 중세라는 천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르네상스는 비로소 세계와 인간이 발견되는 계기가 된다. 암흑에서 빛으로 종교와 미신에서 이성과 과학으로 체제에 종속된 인간에서 자유로운 개인으로 전환되는 신호탄을 르네상스가 쏘아 올렸다. 인간은 이제 내적인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된다. 인간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끌어나갈 때 찾아오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이 진정 인간다움이다. 이처럼 중세 후반에 시작된 내면세계에 관한 관심이 르네상스 시대로 이어지며 자아를 가진 개인이라는 존재로 확장된다. 결국 인간다움은 자신이 주인이 되어 자기 내부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스스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다. 피코 델라 미란돌라 (Pico Della Mirandola, Giovanni)가 1486년에 쓴 ‘인간의 존엄에 대해’ 중 “르네상스 맨, 너에게는 어떤 한계도 없으며 오직 너만이 자신을 위해 자연의 한계를 정할 뿐이다. 너는 너를 세계의 중심에 놓으며 거기서 네 뜻대로 세계를 둘러보고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너는 영예롭게 지명된 재판관으로서 스스로 틀을 짜고 제작하는 존재다. 너는 네가 원하는 모습으로 너 자신을 조각하면 된다.”라고 썼다. 르네상스의 확산과 종교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공통으로 떠오른 화두는 개인주의, 개인의 자율, 개인의 권리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탄생한 이성은 근대에 개인이 탄생하면서 권위주의를 대체해 모든 이들이 자유를 누리면서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과학을 발전시켜 사람의 수명을 연장하고 이전보다 더욱 윤택한 삶을 이끌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과 산업혁명은 삶의 질을 높이지만 하층민은 노동에 시달리거나 빈곤에 내몰리게 된다. 지식층은 이성에 대한 회의감에 빠진다. 니체(1844~1900)는 ‘인간이란 자기 안의 색채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며 개인의 고유한 틀 내에서 자기를 실현해 나가는 존재다.’라고 한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숨결 온기 숨결 온기 평등 의식 자율 개인